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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and Story

블랙윙(Blackwing) - 문화의 아이콘이 된 전설의 연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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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ackwing logo image

 

한 때 한 자루에 40달러에 거래되던 연필이 있습니다. 오늘은 수많은 예술가의 영감과 함께한 블랙윙(Blackwing)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1. 브랜드의 시작

1761년 카스파르 파버(Kaspar Faber)는 독일에서 연필 공장을 설립합니다. 그리고 그의 후손은 *파버 카스텔(Faber-Castell)을 설립하고, 가문의 일원이었던 에버하드 파버(Eberhard Faber)가 미국으로 건너가 연필 회사를 설립합니다.

1930년대 미국은 대공황에서 벗어나 새로운 희망을 꿈꾸던 시기였고, 에버하드 파버(Eberhard Faber)는 이런 시대의 변화에 맞는 연필을 생산하기 위해 미국 시장에 진출합니다. 

"Half the Pressure, Twice the Speed"
절반의 압력, 두 배의 속도

 
미국 진출 초기의 에버하드는 팔콘(Falcon)이라는 대중적인 연필 브랜드를 출시하고 시장에서 입지를 다집니다.

이후 전문가의 사용을 고려한 프리미엄 제품을 고민하게 되었고, 절반의 압력으로 두 배의 속도를 구현하자는 모토로 연구를 거듭한 끝에 1934년 마침내 블랙윙 602(Blackwing 602)가 탄생하게 됩니다. 

* 파버 카스텔(Faber-Castell)은 창립자인 카스파르의 4대 후손인 로타르 폰 파버(Lothar von Faber)가 세계적인 기업으로 키우면서 스테들러(Staedtler)와 함께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연필 회사 중 하나로 알려져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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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로 나중에 에버하드 파버(Eberhard Faber)는 파버 카스텔이 인수하면서 하나의 회사가 됩니다.


(1) B L A C K W I N G   6 0 2

제품명 블랙윙(Blackwing)이라는 이름에 대해 공식적으로 알려진 바는 없습니다.

직역하면 "검은 날개"정도 일 텐데 지우개를 고정하는 클립의 끝 부분이 날개 모양이라 유래했다는 설과, 흑연이 종이 위를 자유롭게 날아다니듯 부드러운 필기감에서 유래했다는 설이 있습니다.

뒤에 붓는 숫자 602도 특별한 의미가 있는 것이 아니라 관리번호였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2) 로고 디자인

Blackwing symbol and logo design
출처 : 블랙윙 공식 홈페이지

로고는 간결하게 표현된 "BLACKWING"이라는 워드마크를 강조합니다. 초기 오리지널 제품에서는 약간의 장식이 더해진 알파벳과 좀 더 기울어진 서체로 속도감을 표현한 듯 보이다가, 재출시하면서 정직하고 단단한 느낌의 깔끔한 고딕체로 변경되었고, 브랜드의 이니셜 "B"와 연필 형태를 연상시키는 심벌이 추가됩니다. 

2. 브랜드의 성장과 재건

Blackwing 602
출처 : 블랙윙 공식 홈페이지

오리지널 블랙윙은 출시 직후부터 특별한 연필로 주목받았습니다. 일반 연필보다 부드럽고 진한 필기감, 그리고 독특한 디자인으로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았습니다. 특히 부드러운 흑연과 독특한 지우개가 주는 이미지는 작가, 음악가, 애니메이터 등 창작자들 사이에서 입소문을 타며 큰 인기를 끌게 됩니다.

디즈니(Disney) 애니메이션의 황금기를 이끈 전설적인 애니메이터, 척 존스(Chuck Jones)는 블랙윙을 두고 "세상에서 가장 훌륭한 연필"이라고 극찬하며 애용했고, 존 스타인벡(John Steinbeck), 레너드 번스타인(Leonard Bernstein)과 같은 유명 예술가들의 사용이 알려지면서 문화의 아이콘으로 자리 잡게 됩니다.

하지만 1998년, 에버하드 파버는 내부 사정으로 인해 블랙윙의 생산을 중단하기로 결정합니다. 예술가들은 절망했고, 중고 시장에서 블랙윙은 천정부지로 가격이 치솟으며 한때 연필 한 자루에 40달러가 넘는 가격에 거래되기도 했습니다.(한 다스 아니고 한 자루에 현재 환율로 5만 8천 원 정도입니다.)

그렇게 팬들의 꾸준한 사랑에 힘입어 단종 이후 약 10년이 지난 2010년, 캘리포니아 시더 프로덕츠 컴퍼니(California Cedar Products Company)의 팔로미노(Palomino)는 블랙윙의 가치를 되살리는 프로젝트에 돌입했고, 상표권 획득과 제조 기술 연구를 통해 재출시하게 됩니다.


3. 브랜드 방향성과 성장 전략

블랙윙은 모두가 "빠르게"를 외치는 세상에서 "천천히 글리고 느리게"가는 아날로그 감성을 통해 사용자의 창의적 과정을 돕는 동반자가 되고자 노력합니다. 좋은 재료로 시간을 들여 정성스럽게 만들어낸 연필이라는 의미입니다. 

1) 최상의 품질과 사용감

블랙윙의 가장 두드러지는 차이는 부드럽고 유연하게 종이 위를 흐르는 필기감에 있습니다.

팔로미노는 구체적인 제조 기술이 남아 있지 않은 상태에서 독보적인 필기감을 재현하기 위해 일본에서 만든 최고급 흑연심을 사용했다고 하는데요, 연필심의 기본 재료인 흑연(Graphite), 점토(Clay), 왁스(Wax), 그리고 기타 첨가제로 비슷하지만,  배합 비율과 노하우가 핵심 기술력이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나무는 북미 캘리포니아주와 오리건주에서만 자생하는 향 삼나무(Incense Cedar Wood)를 사용하는데, 깎다 보면 특유의 은은한 나무향기가 올라온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2) 독특한 디자인과 기능성

블랙윙의 트레이드마크인 납작한 금속 페룰과 확장형 지우개는 단순한 장식이 아니었습니다. 사용하면서 짧아진 지우개를 연장하거나 쉽게 교체할 수 있는 구조로 설계되어 실용적인 연필을 의미했고, 형태적으로 차별화된 제품의 캐릭터가 되면서 "끝에 납장한 지우개 달린 연필"처럼 소비자가 브랜드를 쉽게 기억하는 과정에서의 단서가 됩니다. 


3) 문화적 가치와 스토리텔링

브랜드에 스토리가 더해지면 강력한 힘을 발휘합니다. 유명인사가 사용하게 되면 단순한 기능 이상의 가치가 부여되고 문화적 의미를 지니게 됩니다.

특히, 전문성을 지닌 사람들의 인정을 받으면 이 스토리의 힘은 더 강력해집니다. 수많은 제품 중에 전문가가 선택한 물건이면 "더 특별함이 있겠지"라는 신뢰의 부가가치가 더해지기 때문입니다.

블랙윙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기본적인 품질을 바탕으로 유명 작가와 예술가들이 애용했다는 이야기는 해당 유명인의 지위나 명성과 어우러지면서 브랜드의 가치를 높이는 요소로 작용해 시간의 흐름과 함께 문화적 유산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현재 시판되고 있는 블랙윙은 말 그대로 최대한 유사하게 복원한 제품이기 때문에 사실상 물리적으로 동일한 제품이라고 볼 수 없지만, 기존의 브랜드가 가지고 있던 스토리는 힘은 여전히 유산으로 남아 마케팅에 활용되고 있습니다.



4. 브랜드의 확장

blackwing limited edition pencils
blackwing accessories image
블랙윙 한정판 디자인과 액세서리 (출처 : 블랙윙 공식 홈페이지)


팔로미노(Palomino)는 블랙윙을 재건하면서 과거의 영광을 재현하는 데 그치지 않고 현대적인 감각으로 재해석합니다. 연필이라는 제품의 특성상 레트로한 감성과 맞닿아 있지만, 표현은 상당히 현대적이고 세련된 모습을 보여줍니다. 

연필은 오리지널 602 모델 외에도 펄(Pearl), 매트(Matte), 내추럴(Natural) 등 다양한 버전으로 출시했고, 연필 케이스, 포인트 가드, 연필깎이, 지우개 등 관련 액세서리까지 출시하며 포트폴리오를 확장합니다.

여기에 더해 "Volumes"이라고 표현하는 계절별 한정판도 출시하면서 블랙윙의 감성을 기억하는 예술가와 디자이너, 문구 애호가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얻게 됩니다. 

참고로 블랙윙 공식 홈페이지 기준으로 연필 한 다스(12자루)가 30달러, 지우개가 10달러, 연필깎이 22달러, 연필심 보호용 뚜껑(포인트 가드) 10달러 정도입니다.

 

5. 브랜드의 현재

출처 : 블랙윙 공식 홈페이지

2024년 현재, 블랙윙은 캘리포니아 시더 프로덕츠 컴퍼니(California Cedar Products Company)의 자회사인 팔로미노(Palomino)에서 운영하고 있습니다.

시더 프로덕츠 컴퍼니는 연필 산업에서 100년 이상의 경험을 가진 가족 경영 기업으로, 블랙윙의 전통을 이어가면서도 현대적인 감각을 더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나아가 블랙윙 재단(Blackwing Foundation)을 통해 음악과 미술 교육을 지원하는 등 사회공헌 활동도 활발히 펼치고 있어, 브랜드 이미지 제고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누군가는 요즘 누가 연필을 사용하나라고 하겠지만, 디지털 디톡스나 슬로 라이프 트렌드와 맞물려 프리미엄 문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시점에서 유리한 위치에 자리 잡고 있는 브랜드라고 생각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