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11월이면 상점마다 빼곡하게 진열되어 눈길을 사로잡는 과자가 있습니다. 오늘은 출시한 지 40년이 넘도록 꾸준하게 사랑받아온 빼빼로(PEPERO)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브랜드의 시작
1983년 롯데웰푸드에서 처음 출시된 과자인데요, 당시 한국 시장은 기존 과자류와의 차별화에 대한 필요성이 높아지던 시기였고, 롯데는 이 틈새를 공략해 빼빼로를 개발합니다.
초콜릿 스틱의 기원은 19세기 초 서양에서 유행하던 프리첼 스틱이 기본형이지만, 얇은 스틱 형태에 초콜릿을 입힌 과자는 1966년 일본 글리코(Ezaki Glico) 사의 포키(Pocky)가 먼저 출시되었습니다.
빼빼로 : PEPERO
"빼빼로"라는 이름은 날씬하고 긴 형태의 과자 모양에 착안한 이름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출시 초기, 가늘고 길쭉한 형태와 연결되는 직관적인 이름은 사람들에게 쉽게 기억됩니다. 초기부터 빨간색을 메인 컬러로 사용한 오리지널 맛의 패키지 또한 강한 인상을 남겼는데요, 여러 차례 리뉴얼을 거쳤지만 오리지널 맛의 기본 배색과 디자인은 일관성 있게 유지하고 있습니다.
포키 : Pocky
빼빼로가 출시하기 17년 전, 일본의 글리코(Ezaki Glico)사에서 출시한 과자로 지금까지 판매되고 있는 글리코의 대표 과자입니다. 스틱형 과자에 초콜릿을 입힌 방식이나 가늘고 긴 형태가 유사하고, 오리지널의 패키지도 비슷해서 빼빼로와 종종 비교되기도 합니다.
실제로 2015년에는 미국에서 글리코가 롯데웰푸드를 상대로 상표권 침해 소송을 걸기도 했지만, 스틱형 과자의 특성상 편리함을 더하는 유용한 디자인에 해당되므로, 상표권의 보호를 받을 수 없다고 판결해 롯데웰푸드의 승소로 마무리됩니다. 참고로 포키(Pocky)라는 이름은 과자가 부러질 때 나는 "뽀각" 소리를 나타내는 의성어 포킨(ポッキン)에서 착안한 네이밍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한국의 달콤한 기념일, 빼빼로데이의 유래
빼빼로에게 지금의 입지를 만들어준 1등 공신은 단연 "빼빼로데이"일 텐데요, 실제로 빼빼로 연간 매출의 약 50%는 10월과 11월에 집중된다고 합니다.
빼빼로데이는 1990년대 중반 부산의 여중 여고 학생들끼리 우정을 전하며 "과자의 모양처럼 키 크고 날씬하게 예뻐지자"는 의미로 선물하기 시작한 것이 전파되어 문화로 자리 잡았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이때부터 롯데에서도 적극적으로 마케팅에 활용하면서 데이마케팅의 시초라고 할 수 있는"빼빼로데이"가 탄생하게 됩니다.
본격적인 마케팅에 돌입하면서 매년 11월 11일 이면 국내 모든 마트와 편의점이 빼빼로로 가득 채워지는 현상을 만들었고, 연령을 불문하고 친구와 연인을 넘어 직장 동료끼리도 자연스럽게 빼빼로를 선물하는 문화가 정착하게 됩니다. 한 층 나아가 연인에게는 직접 만들어서 선물하는 수제 빼빼로가 유행하기도 했습니다. 정성입니다.
재미있는 건 포키(Pocky)를 먼저 출시한 일본의 글리코(Ezaki Glico)도 한국의 빼빼로데이에 착안해 1999년부터 11월 11일을 "포키 데이(Pocky Day)"로 지정해 마케팅에 활용하기 시작합니다.
브랜드 방향성과 성장 전략
제조사인 롯데웰푸드는 소비자들 사이에서 유행하던 방식을 적극 활용해 "빼빼로데이"로 정착시켰고, 다양한 매체를 통해 브랜드를 꾸준히 알리면서 제품 혁신도 게을리하지 않았습니다.
1. 젊고 친숙한 마케팅 전략
소비자에 의해 자발적으로 시작된 현상을 마케팅에 활용해 문화로 정착시킨 "빼빼로데이"의 사례처럼, 빼빼로는 가격 부담이 적고 대중적으로 친숙한 장점을 적극 활용합니다. 여기에 더해 인플루언서나 아이돌과 협업해 브랜드에 젊은 감각을 더하고 대중적인 이미지로 브랜딩 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뉴진스(NewJeans)와 협업한 광고 캠페인을 선보이면서 k-pop과 k-food 소비문화의 흐름을 활용해 국내뿐 아니라 글로벌 시장에서의 확장성을 염두하고 마케팅을 진행하고 있어 보입니다.
2. 지속적인 제품 혁신
빼빼로는 기존 오리지널 초콜릿 코팅에 다양한 맛을 더해 선택의 폭을 넓이고 진화합니다. 클래식한 기본 구성에서 나아가 내부에 초콜릿을 코팅해 색다른 식감을 표현한 누드 빼빼로, 씹는 맛과 고소함을 강조한 아몬드나 쿠키 빼빼로 등을 개발해 다양성을 확보합니다.
현재는 크런키, 아몬드, 화이트쿠키, 녹차, 누드크림치즈, 누드초코, 초코쿠키, 크런키 그래 놀라 빼빼로 등 다양한 종류가 판매되고 있습니다.
브랜드의 현재
올해로 출시한 지 40년이 넘은 빼빼로는 연령층에 상관없이 누구나 부담 없이 즐기는 과자 브랜드로 성장했고, 크리스마스트리처럼 매년 자연스럽게 연상되는 브랜드로 자리 잡았습니다. 2023년 기준으로 세계 50개국에 수출되어 판매 중이며, 출시부터 현재까지 누적 매출은 2조 원 정도로 알려져 있습니다.
최근에는 인도에 해외 생산 기지를 신설하고 2025년부터는 현지 생산을 목표로 해외 시장 진출을 가속화하고 있는데요, 글로벌 마케팅과 더불어 2024년 상반기는 해외 매출이 국내 매출을 넘어섰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한국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사랑받는 한국 과자가 많아졌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해외 초콜릿 브랜드의 전략과 흥미로운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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