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만의 "취향"을 드러내는 방식은 다양하지만, 향기만큼 감각적으로 개성을 드러내는 방법이 또 있을까 싶습니다. 오늘은 니치향수를 대표하는 브랜드 중 하나인 딥티크(DIPTYQUE)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브랜드의 시작: 3명의 예술가가 만들어낸 향기로운 이야기
1961년, 예술에 남다른 조예를 갖춘 세명의 예술가 이브 쿠에랑(Yves Coueslant), 크리스티앙 고트로(Chistian Gautrot), 데스몬드 녹스 리트(Desmond Knox Leet)는 예술적 취향을 공유하며 친구가 됩니다.
세명의 친구는 공간에 감성을 더하고 싶어 하는 공통의 관심사를 바탕으로 프랑스 파리의 생제르망(Saint-Germain) 거리에 부티크 상점을 개장하는데요, 그 상점의 이름이 바로 "딥티크"였습니다.
초기에는 패브릭과 벽지 판매를 중점으로 운영했지만, 매장에서 사용하는 향기가 인기를 끌자 향기를 다루는 제품 개발에 집중하면서 점차 라이프 스타일 브랜드로 성장하게 됩니다.
Diptyque
딥티크는 프랑스어 "디프틱(Diptych)"에서 유래한 단어입니다. 두 개의 창문이나 패널이 마치 책처럼 경첩으로 연결된 "이중 접이식 판"이라는 의미를 지니고 있는데요, 당시 운영하던 매장의 창문 구조가 양쪽으로 펼쳐진 형태라 여기서 영감을 받아 탄생했다고 전해집니다.
딥티크 공식 홈페이지를 보면, 균형과 대칭의 의미를 가진 단어를 통해 브랜드의 철학을 투영하고, 예술 작품을 전시하듯 아름다운 제품을 선보이고 싶어 하는 마음을 상징적으로 담아냈다고 말합니다.
Diptyque's Codes: 브랜드만의 언어
로고는 세리프체로된 단순한 워드마크 형식을 사용하고 있지만, 딥티크에는 브랜드만의 코드가 디자인 전반에 녹아있는데요. "딥티크 코드"라고 정의한 이 요소들은 크게 타원(The oval), 삽화(Drawing), 그리고 춤추는 글자들(The dancing letters)이라고 불리는 캘리그램으로 구성되어 브랜드의 살아있는 언어(Living Langue)가 됩니다.
각각의 코드는 브랜드 전반에 걸쳐 상징적인 디자인 요소로 드러나고, 전체가 모여 딥티크만의 고유한 아이덴티티를 만들어내는 방식입니다.
예를 들면 바로크 건축과 고대 로마의 병사들이 사용하던 방패에서 영감을 얻은 타원은 힘과 품격을 상징하는 동시에 브랜드를 묶어주는 "틀"로 작용하고, 움직이는 촛불과 발레에서 영감을 받은 타이포그래피는 브랜드의 자유롭고 우아한 "목소리"로, 마지막으로 감각적인 드로잉은 향기를 찾는 여정에 대한 "스토리텔러"의 역할을 수행합니다.
브랜드의 성장: 패브릭 > 캔들 > 향수
패브릭과 인테리어 장식으로 출발한 딥티크는 1963년 첫 향초를 출시하면서 본격적으로 향기를 다루는 브랜드의 모습을 구축하기 시작합니다.
초기에는 티(Tea), 호손(Hawthorn), 시나몬(Cinnamon) 세 가지 라인으로 시작했는데요, 이 향초의 인기가 높아지게 되면서 "딥티크=감각적 향기"라는 인식이 자리 잡게 됩니다. 향초의 성공에 힘입어 1968년 첫 번째 향수 "로(L'Eau)"가 출시되고 본격적으로 니치향수 브랜드로 성장하기 시작합니다.
참고로 정형화된 기준보다 개성을 존중하는 브랜드이긴 하지만, 문화적 차이나 기후 특성 때문에 지역마다 선호하는 향의 차이는 존재하는데요, 한국에서는 전반적으로 가볍고 깨끗한 향이, 유럽과 북미에서는 상대적으로 묵직하고 짙은 향이 선호된다고 합니다.
대표적으로 플레르 드 뽀(Fleur de Peau), 도손(Do Son), 롬브르 단 로(L'Ombre Dans L'Eau), 탐다오(Tam Dao), 오데썽(Eau des Sens)등이 인기 있는 향수로 알려져 있습니다.
브랜드의 방향성과 성장 전략
세 명의 예술가가 취향을 공유하며 출발한 작은 부티크는 "예술적 감각을 공유하는 특별한 공간"이라는 정체성에 중점을 두고 성장합니다.
1. 개성과 감각의 조화
딥티크는 창립 초기부터 예술과 향기를 융합한 제품으로 차별화를 시작합니다. 특이한 사실은 모든 제품은 유니섹스 제품으로 남녀 성별에 구분을 두지 않고 출시된다는 점인데요, 성별이나 연령에 대한 보편적인 기준보다 각 개인의 개성과 감각에 의존해 선택할 수 있는 방식을 제안하기 때문입니다.
2. 시각화된 명확한 정체성
딥티크는 향수를 다루는 제품이니 만큼 "후각"이라는 감각을 바탕으로 하는 브랜드이지만, 딥티크 코드에서 볼 수 있듯 브랜드의 정체성을 "시각 요소"를 통해 체계화하면서 딥티크만 아이덴티티를 탄탄하게 구축합니다. 이렇게 가시적으로 구현된 명확한 정체성은 제품의 품질이나 성격과 더불어 브랜드를 더 쉽고 분명하게 각인시키는 요소로 작용합니다.
3. 감각적 경험의 공간
딥티크의 모든 매장은 단순히 판매를 위한 공간이 아니라 브랜드의 철학과 역사를 체험하는 공간으로 운영됩니다. 초기 창립자들이 생각한 "감각적 경험의 공간"을 만들겠다는 철학과 방향성을 유지하기 위함인데요, *이솝(Aesop)의 매장 운영 철학과도 유사한 방식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최근에는 런던과 파리에 "메종 딥티크(Maison Diptyque)"라는 개념을 도입해 단순한 소매 공간을 넘어 문화와 예술적 경험을 제공하는 복합 공간으로 운영 중입니다.
브랜드의 현재
파리 보헤미안의 성지라고 불리는 생제르망(Saint-Germain)거리에서 시작한 감각적 부티크는 니치향수의 대표 브랜드로 성장했고, 프랑스 럭셔리 시장의 주요 브랜드로 자리 잡았습니다.
2000년대 들어서면서 프랑스와 유럽을 넘어 미국과 아시아 시장에도 진출했는데요, 현재는 디퓨저와 향수, 핸드크림 등 약 50여 종의 제품을 생산하고 있습니다. 국내에서는 바이레도(Byredo), *조 말론 런던(Jo Malone London)과 함께 대중적으로 많이 알려진 니치 향수의 대표 브랜드로 인식되고 있습니다.
2005년에는 사모펀드인 만자니타 캐피털(Manzanita Capital)이 인수해 운영 중이며, 글로벌 확장과 고급화 전략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2024년 기준 매출은 약 3억에서 4억 유로로, 특히 프랑스와 영국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딥티크(Diptyque)는 브랜드만의 철학을 통해 개성을 살려 자신만의 색을 분명하게 정립했고, 앞으로도 자신들만의 정체성을 유지하며 감각적으로 운영될 브랜드라고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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