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색 가전이 익숙한 한국인에게 선명한 색상과 독특한 디자인으로 데코가전의 대명사가 된 브랜드가 있습니다. 오늘은 레트로풍 냉장고로 유명한 70년 전통의 이탈리아 가전 브랜드 스메그(SMEG)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브랜드의 시작
1948년 예술의 고장으로 알려진 이탈리아 구아스탈라(Guastalla)에서 가족사업으로 금속 가공사업을 하던 빅토리오 베르타조니(Victorio Bertazzoni Sr.)는 디자인의 중요성을 깨닫고 주방기기 제조업으로 사업을 전환하면서 스메그(SMEG)가 탄생하게 됩니다.
SMEG : Smalterie Metallurgiche Emiliane Guastalla
스메그(SMEG)는 이탈리아어로 "구아스탈라에 있는 금속 에나멜 가공 회사"를 의미하는 "스말떼리에 메탈루르지케 에밀리아네 구아스탈라(Smalterie Metallurgiche Emiliane Guastalla)"의 이니셜만 조합해서 만든 네이밍입니다. 이탈리아어에 익숙하지 않아 다소 길고 발음이 어렵게 느껴지지만, 창립자인 빅토리오의 가족 사업이었던 금속 가공업의 뿌리를 반영해 만들어진 이름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참고로 로고에 보이는 원형은 1977년 이탈리아 그래픽 디자이너 프랑코 마리아 리치(Franco Maria Ricci)가 버너와 오븐의 둥근 손잡이에 영감을 받아 제작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브랜드의 성장
주방기기로 사업을 전환한 스메그는 연구와 개발을 거쳐 1956년, 첫 번째 주방기기인 엘리자베스(Elisabeth)를 출시합니다. 엘리자베스는 자동 점화 시스템을 갖춘 가스오븐으로 당시 혁신적인 제품으로 평가받으면서 큰 반응을 얻게 됩니다. 이후 1960년대에는 세계 최초로 빌트인 오븐과 쿡탑, 모던한 디자인의 대용량 세탁기까지 연이어 선보이면서 주방 기기 시장에서 두각을 드러내기 시작합니다. 1970년에는 세계 최초의 14인용 식기세척기 "나이아가라(Niagara)"를 출시하면서 혁신적인 디자인과 기술력을 선보이며 프리미엄 주방기기 브랜드로 성장해 갑니다.
브랜드의 방향성과 정체성
스메그가 말하는 브랜드의 본질은 "디자인과 기술의 조화"라고 할 수 있는데요, 미적 감각과 스타일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이탈리아의 감성과, 가업으로 이어온 금속 가공업의 기술력이 만나 브랜드의 정체성을 만들었습니다.
1. 일상 속 예술을 추구하는 브랜드
스메그는 단순히 가전제품을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디자인이 함께하는 라이프 스타일을 제안합니다. 심미성을 겸비한 가전 기기를 통해 일상 속의 작은 즐거움을 찾는 삶의 방식을 추구하는 브랜드인데요, 여기서 말하는 심미성이란 단순히 화려한 디자인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생활 속에 영감을 주는 긍정적 자극에 가깝습니다. 그래서 세계적인 건축가 렌조 피아노(Renzo Piano)나 디자이너 마크 뉴슨(Marc Newson), D&G 같은 명품 브랜드와 협업해 영감을 주는 디자인을 꾸준히 고민하고, 예술적 감각이 묻어나는 제품뿐만 아니라 군더더기 없이 모던한 제품까지 폭넓은 디자인 스팩트럼을 보여줍니다.
2. 기술과 예술의 조화
감각적인 디자인으로 주목받긴 했지만, 스메그는 "기술은 디자인과 함께한다"는 철학을 바탕으로 기능성과 미학의 조화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브랜드입니다. 제품 카테고리도 일반 가정용 제품뿐만 아니라 전문가용, 상업용, 의료용까지 다양하게 생산하고 있는데요, 단순히 디자인만 이쁜 브랜드가 아니라 성능과 효율성 같은 기능적인 부분도 소홀히 하지 않았기 때문에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브랜드가 될 수 있었습니다.
브랜드의 확장
1980년대 들어서면서 스메그는 이탈리아의 문화적 특성을 바탕으로 "스타일리시한 주방"을 콘셉트로 한 다양한 제품을 출시하면서 브랜드의 포트폴리오를 확장합니다. 기존의 오븐과 식기세척기 같은 대형가전부터 믹서기, 반죽기, 전기포트, 커피머신과 같은 소형가전으로 영역을 확장해 클래식한 디자인부터 세련되고 현대적인 디자인까지 폭넓은 디자인을 갖춘 프리미엄 주방기기 브랜드로 인식되기 시작합니다.
스타일의 아이콘, FAB 냉장고의 탄생
1997년 스메그의 스타일 아이콘이라고 할 수 있는 냉장고가 등장합니다. FAB 라인은 유연한 곡선과 둥근 모서리로 1950년대 레트로 스타일을 구현한 냉장고인데요, 클래식한 감성의 디자인과 선명하고 다양한 컬러와 패턴 때문에 출시와 함께 큰 사랑을 받게 됩니다. 스메그는 FAB라인을 통해 기존에 없던 오브제(Objet) 스타일의 가전으로 주목받으면서 세계적으로 브랜드의 인지도를 높이게 됩니다. 지금은 출시 당시 선보인 기본 컬러에 더해 다양한 예술가나 브랜드와의 협업으로 아트 에디션을 선보여 왔고, 토스터나 포트 같은 소형 가전과 더불에 대중적으로 가장 잘 알려진 스테디셀러입니다.
브랜드의 현재
시대의 흐름에 맞는 새로운 시각으로 출발한 스메그(SMEG)는 출시 이래로 꾸준히 자신들만의 색을 드러내며 70년을 이어져 왔습니다. 본사는 이탈리아에 위치하고 여전히 가족 경영 방식을 고수하고 있지만, 사업의 규모가 커지면서 전문 경영인을 영입해 효율성을 높이고 있습니다. 현재 전 세계 주방 가전 시장의 점유율은 약 5% 정도로 알려져 있는데요, 최근에는 냄비나 플레이트 같은 주방용 조리기기도 출시하면서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추세입니다.
스메그는 작은 금속 가공업체에서 출발했지만 이제는 글로벌 주방가전 브랜드로 자리 잡았고, 스타일리시한 디자인으로 전 세계 소비자들에게 일상 속의 영감과 즐거운 경험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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