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당히 때우고 싶지만 김밥은 아쉽고 햄버거는 무거워서 고민될 때 절충안으로 떠오르는 음식이 있습니다. 바로 샌드위치인데요, 오늘은 전 세계에 걸쳐 최대 규모의 프랜차이즈 매장을 보유한 샌드위치 전문점 써브웨이(SUBWAY)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브랜드의 시작
써브웨이(SUBWAY)는 1965년 미국 코네티컷에서 프레드 델루카(Fred DeLuca)가 설립한 작은 가게였습니다. 원래 명칭은 초기 자금을 지원했던 피터 벅(Peter Buck)의 이름을 사용해 "피터의 슈퍼 썹마린(Peter's Super Submarine)"이었지만 몇 번의 실패를 겪은 후 1968년 지금의 명칭인 써브웨이(SUBWAY)로 변경합니다.
써브(SUB) + 웨이(WAY)
써브웨이(SUBWAY)라는 이름도 재미있습니다. 흔히 교통수단인 지하철을 먼저 떠올리겠지만 초기 상호에서 볼 수 있듯이 잠수함(Submarine)에 유래한 이름입니다. 당시 미국인들은 기다란 잠수함처럼 생긴 샌드위치(Submarine Sandwich)를 줄여서 말할 때 "Sub"이라고 불렀고, 이런 "방식"을 의미하는 "Way"를 조합해서 만든 네이밍인데요, 한국식으로 해석하면 "잠수함 스타일 샌드위치" 정도가 되겠습니다. 로고 디자인을 보면 SUB와 WAY의 컬러를 구분해서 사용된 걸 볼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동일한 발음의 지하철 "Subway"로 인식되는 점을 부정하지 않고, 뉴욕의 지하철 노선도를 매장과 홈페이지 디자인에 활용하거나, Brooklyn–Manhattan Transit의 약자인 BMT를 메뉴 이름에 사용하는 방식으로 네이밍의 중의적인 의미를 위트 있게 활용하고 있습니다. (실제 메뉴의 B.M.T 는 Biggest, Meatiest, Tastiest의 약자라고 하네요.)
브랜드의 성장
써브웨이(SUBWAY)로 상호를 변경 후 1974년에 코네티컷 월링포드(Connecticut Wallingford)에 2호점을 출점하면서 본격적인 프랜차이즈 사업을 시작합니다. 프랜차이즈 개념은 당시에 생소했던 영업 방식이었지만 매장이 입소문을 타면서 성공하게 됩니다. 이후 점차 미국 내 매장을 늘려가며 성장하고, 1981년부터는 해외시장에 진출하면서 글로벌 사업으로 확장합니다.
2004년에는 대형 마트 체인 월마트(Walmart)에 입점해 인기를 끌면서 2007년에는 월마트에 입점한 맥도널드(McDonald's)를 앞지르면서 빠르게 성장합니다. 2015년 기준 최고의 글로벌 프랜차이즈 3위에 등극하고, 가장 빠르게 성장한 프랜차이즈 분야에서는 1위를 차지할 정도의 성과였습니다.
한국을 기준으로 보면 1991년 한국에 첫 진출한 이후 꾸준히 성장을 이어오다 2005년에는 한국지사를 설립합니다. 이후 2012년에 50개, 2014년 100개, 2017년에는 300개의 매장을 달성하며 가파르게 성장합니다. 2024년 기준 현재 한국에서는 약 600개의 매장이 운영 중입니다.
한때 가공육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 증가와 다양한 경쟁 브랜드가 등장하면서 매출 감소와 점유율 하락을 겪게 되지만 젊은 소비자를 공략한 이미지 캠페인을 통해 방어하고 있고, 현재는 미국 내에서만 2만여 개, 세계기준 3만 7천여 개의 매장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운영 방식과 차별화 전략
1. 소비자의 취향을 존중하는 주문 방식
주력 상품이 샌드위치라는 특성 때문에 빠르고 간편한 패스트푸드로 분류되지만, 실제로는 소비자의 선호도나 취향을 최대한 존중하는 방식으로 운영합니다.
바로 만들어서 먹는 신선한 음식의 이미지를 강조하는 브랜드답게 취향에 따라 빵과 들어가는 재료, 그리고 소스까지 선택할 수 있는 커스터마이징이 가능한데요, 소비자 입장에서는 신선하지만 소소한 부분까지 내가 원하는 구성대로 먹을 수 있다는 점에서 매력으로 작용하게 됩니다.
물론 하나하나 선택해야 한다는 점에서 주문이 어렵다는 의견들도 있지만, 최근에는 키오스크나 앱을 통한 주문으로 더 쉽고 간편한 방식을 선보이면서 이 부분을 보완하고 있습니다.
2. 건강하고 신선한 다이어트 음식이라는 인식
샌드위치의 특성상 채소가 많이 들어가고 비교적 라이트한 맛 때문에 다른 패스트푸드에 비해 덜 해롭다는 인상을 주는데요, 대량으로 미리 준비해 두고 기름에 튀기거나 굽는 방식의 햄버거와 대비되는 이미지를 가지고 있습니다. 소비자 입장에서 이런 이미지는 자연스럽게 다이어트와 연관 지어 생각하게 되고 써브웨이는 좋은 식재료와 신선함이라는 부분을 강조하면서 실제로 마케팅에서도 샌드위치로 다이어트에 성공한 일반인을 기용해 홍보에 적극적으로 활용했습니다.
물론 빵을 베이스로 하고, 들어가는 햄이나 소시지 때문에 영양학 적으로 더 건강하다거나 덜 해롭다는 부분에 대해서는 의견이 나뉘지만 제품의 보편적인 이미지에서 강조할 부분을 찾아서 잘 활용하고 있어 보입니다.
3. 공격적인 마케팅과 캠페인
써브웨이는 미국 내에서 맥도널드 다음으로 가장 광고를 많이 하는 브랜드로 알려져 있습니다. 최근 몇 년 사이 한국의 다양한 영화나 드라마를 통해 PPL을 진행하면서 이슈가 되기도 하고, 너무 과하다는 의견도 있는데요, 미국에서는 이미 2000년대 초반부터 TV 시리즈에서 PPL과 함께 만화 캐릭터를 활용하는 등 미디어 매체를 통한 광고를 적극적으로 진행해 왔습니다.
2000년부터 2015년까지는 써브웨이 샌드위치로 90kg 이상 감량에 성공해 화제가 된 일반인을 홍보대사로 채용해 마케팅을 진행합니다. 워낙 화제성이 뛰어난 인물이었기 때문에 당시 미국에서는 패스트푸드의 유해성과 관련된 인식을 뒤집고 "써브웨이는 다르다"는 이미지로 소구합니다.
해당 제품과 인물을 활용한 캠페인이 한창일 당시에는 "그 써브웨이 남자(The Subway Guy)"로 불릴 정도로 브랜드 홍보효과도 성공적이었습니다. 그러나 2015년 해당 인물이 상당히 불미스러운 범죄를 저지르고 구속되면서 오랜 관계를 청산하고 이후에는 브랜드 초기의 역사와 신선함을 주제로 새로운 캠페인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브랜드의 현재
써브웨이(SUBWAY)는 설립 이후 60년간 창업자인 델루카(DeLuca)의 가족들이 소유한 비상장 회사로 이어오다가, 2023년에 미국계 사모펀드 로아크 캐피털(Roark Capital)에 약 12조 5천억 원에 매각합니다. 레스토랑 분야 중에는 역사상 3번째로 큰 규모의 인수라고 하는데요, 로아크 캐피털(Roark Capital)은 배스킨라빈스(Baskin-Robbins)나 던킨도넛(Dunkin' Donuts)처럼 우리에게 친숙한 외식 프랜차이즈도 보유한 사모펀드로 알려져 있습니다.
공격적인 사업 확장으로 단일 브랜드 기준 전 세계 프랜차이즈 매장수 1위를 기록하고 미국 내에서도 충분한 대중성을 확보했지만, 최근 10년간 미국 내 매장은 감소하고 있습니다. 단순히 매장이 많다고 성공한 브랜드는 아니지만 매장수는 브랜드에 대한 수요를 가장 직관적으로 드러내는 요소 중 하나이니 무시할 수는 없는 부분입니다.
보도 자료를 보면 앞으로 사업 개편을 통해 미국과 해외에서의 매장을 더 적극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라고 하는데요, 창립자 가족들의 손을 떠나 넘쳐나는 패스트 캐주얼 브랜드들과 경쟁하면서 써브웨이만의 브랜드 자산을 어떻게 활용하고 운영하게 될지 궁금해집니다.
흥미로운 사실
- 매장 내 직원을 샌드위치 아티스트라고 표현한다.
- 아랍어권 국가에서는 아랍어로 된 로고를 사용한다.
- 1988년부터 파트너십을 유지하던 코카콜라(Coca-Cola)와 결별하고 2025년부터는 펩시(PepsiCo)와 파트너십을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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