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에서 중식의 역사를 새로 쓴 브랜드가 있습니다. 오늘은 작은 패밀리 레스토랑에서 시작해 글로벌 레스토랑 체인으로 성장한 판다 익스프레스(Panda Express)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1. 브랜드의 시작
1973년, 베이커 대학교(Baker University)에서 수학을 전공한 앤드류 청(Andrew Cherng, 程正昌)은 소프트웨어 엔지니어였던 아내 페기 청(Peggy Cherng)과 함께 정통 중국 요리로 미국시장에 도전장을 던집니다.
그렇게 요리사로 활동했던 아버지 밍차이 청(Ming-Tsai Cherng)의 도움을 받아 개발한 레시피로 캘리포니아주 패서디나(Pasadena, California)에 판다 인(Panda Inn)이라는 이름의 패밀리 레스토랑을 시작합니다.
판다 인이 어느 정도 자리를 잡은 1983년, 앤드류는 빠르게 성장하는 미국 내 쇼핑몰의 푸드코트에 주목합니다.
그리고 오랜 준비와 연구 끝에 보다 간편하고 빠르게 음식을 먹을 수 있는 푸드코트 시스템을 도입한 판다 익스프레스(Panda Express)가 탄생하게 됩니다.
(1) PANDA + EXPRESS
판다 익스프레스(Panda Express)는 중국을 대표하는 동물(Panda)의 이미지와 빠르고 신속하게 소비할 수 있는 (Express) 음식을 결합해 탄생한 이름입니다.
우리에게도 친숙한 판다(Panda)는 특히 중국 문화에서 귀여운 이미지로 행운과 평화를 상징한다고 하는데요, 친근하면서 존경받는 동물이라는 점에서 브랜드가 추구하는 방향과 일치해 지어진 이름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2) 로고 디자인

로고는 행운과 번영을 상징하는 붉은색을 포인트로 브랜드의 상징인 판다를 전면에 내세워 모태 브랜드인 "판다 인(Panda Inn)"부터 브랜드의 정체성을 명확하고 일관성 있게 보여줍니다.
판다 익스프레스 로고가 처음 등장한 1983년 이후 몇 번의 디자인 리뉴얼을 통해 가독성과 하단의 문구를 손보고, 2014년부터 지금의 로고 디자인으로 정착한 상태입니다.
2. 브랜드의 성장
1983년 캘리포니아주 글렌데일(Glendale, CA)에 첫 매장을 오픈했을 당시 미국식 패스트푸드에 익숙한 소비자들에게 중식 패스트푸드는 생소한 개념이었습니다.
하지만 빠르고 간편하게 서비스와 가격 경쟁력을 통해 점차 매장 수를 늘려가며 판다 익스프레스는 주목을 받기 시작합니다.
특히 1987년 출시이래 지금까지도 판다 익스프레스의 시그니쳐 메뉴로 손꼽히는 "오렌지 치킨(Orange Chicken)"이 크게 성공하면서 브랜드는 빠르게 성장합니다.
일반적으로 짭조름하고 바삭한 기존의 프라이드와 달리 달콤 새콤한 오렌지 소스로 버부린 치킨은 미국인들의 입맛을 사로잡았고, 미국 전역에서 판다 익스프레스의 인지도를 끌어올리는 일등 공신으로 자리 잡게 됩니다.
오렌지 치킨의 성공과 함께 1990년대부터는 미국 전역의 쇼핑몰 푸트코트에 입점하기 시작했고, 공항과 대학 캠퍼스는 물론 단일매장까지 오픈하며 미국에서의 영향력을 확대하게 됩니다.
3. 브랜드 방향성과 성장 전략

판다 익스프레스의 공식 미션은 "사람들의 삶을 풍요롭게 하는 중국 음식과 문화 전달(To deliver American Chinese food and culture that enriches life)"입니다.
철저한 현지화를 통해 미국에서 빠르고 가성비 좋은 패스트푸드의 사업모델을 성공시켰고, 이후 성공에 안주하지 않고 지속적인 메뉴를 개발로 건강과 웰빙을 지원하는 간편한 음식 브랜드의 이미지를 만들어 갑니다.
(1) 중식의 완벽한 현지화
판다 익스프레스의 가장 큰 강점은 전통적인 중국 요리를 미국인의 입맛에 맞게 변형한 현지화에 있습니다.
오렌지 치킨, 베이징 비프(Beijing Beef), 허니 월넛 쉬림프(Honey Walnut Shrimp) 등은 정작 중국 본토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운 메뉴들이지만, 철저한 현지화로 미국인들에게 대표적인 중식 메뉴로 인정받게 됩니다.
(2) 효율적인 운영 시스템과 품질 유지
판다익스프레스는 패스트푸드 체인점이면서도 음식의 신선도를 유지하기 위해 "즉석조리 방식(Wok-Cooked Fresh)"을 고수합니다.
주방에서 미리 조리한 음식을 제공하는 다른 패스트푸드와 달리, 주문 즉시 웍(Wok)에서 조리하는 방식은 폐기를 줄이고 맛과 품질에 대한 신뢰를 높였습니다.
더불어 1983년 당시로서는 획기적이었던 POS 시스템 도입했고, 현재는 AI 기반 수요 예측 시스템까지 활용해 식재료 낭비율을 업계 평균 대비 45% 낮췄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3) 혁신적인 메뉴 개발
판다 익스프레스는 이노베이션 키친(Panda Innovation Kitchen)을 통해 매년 새로운 메뉴를 개발하고, 기존의 메뉴를 업그레이드합니다.
이 프로그램에서 탄생해 2020년 도입된 "Beyond The Original Orange Chicken"은 비건 고객층까지 공략하며 매출을 상승으로 이어졌고, 2009년 도입된 300칼로리 이하, 단백질 8g 이상의 건강식 메뉴 "Wok Smart"를 통해 건강을 생각하는 브랜드의 이미지를 추가합니다.
현재 전체 메뉴의 35%가 이 카테고리에 속하며, 2023년 기준 매출의 28%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4. 브랜드의 확장
판다 인(Panda Inn)으로 출발한 판다 레스토랑 그룹은 1990년대부터 사업을 확장하기 시작합니다.
대중성을 강조한 판다 익스프레스에 이어 일본식 철판요리 전문 레스토랑인 히바치-산(Hibachi-San)을 시작으로 해산물 전문 레스토랑인 코브 씨푸드(Kobe Seafood)를 론칭하며 브랜드의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합니다.
다만, 판다 익스프레스를 제외한 나머지 브랜드는 모두 미국에 집중되어 있습니다.
판다 익스프레스의 경우 2011년 멕시코에 첫 해외 매장을 시작으로 캐나다, 멕시코, 한국, 일본, 필리핀, 러시아, 사우디아라비아 등 12개국 진출한 상태이고, 2023년 기준으로 미국 내 2,180개, 전 세계적으로는 2,300개 이상의 매장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참고로 미국 내 중식 프랜차이즈 2위인 피에프 창(P.F. Chang’s)의 연 매출은 약 10억 달러, 매장은 약 300개규모인걸 보면 미국 내에서 중식 프랜차이즈로는 사실상 독점적인 위치입니다.
한국에는 2018년에 롯데백화점을 통해 첫 매장 오픈했고, 뒤이어 현대백화점, 롯데월드, 여의도 IFC몰로 매장을 확대합니다.
하지만 한국인의 입맛에는 기존의 중식 삼대장인 짜장,짬뽕, 탕수육의 선호도가 워낙 강하게 자리 잡고 있었고, 대표 메뉴인 오렌지 치킨도 "닭강정"이라는 토종 메뉴가 꽉 잡고 있는 실정이라 힘을 발휘하지 못한 채 매장을 줄여갑니다.
결국 2024년 기준 IFC몰에 1개의 매장만 운영 중입니다.
5. 브랜드의 현재
판다 레스토랑 그룹(Panda Restaurant Group)은 판다 익스프레스와 고급 중식당 브랜드 판다 인(Panda Inn), 일식 브랜드 히바치-산(Hibachi-San)을 통해 2023년 기준 42억 달러를 매출을 기록했으며, 전체 직원 수는 45,000명 이상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기업의 운영 방식은 판다 레스토랑 그룹(Panda Restaurant Group, Inc.)이라는 모회사를 두고, 창립자인 앤드류(Andrew Cherng)와 페기(Peggy Cherng)가 가족 경영 방식의 비공개 기업으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전체 패스트푸드 체인 브랜드 중에서는 매출 기준 상위 20위권을 유지하고 있고, 미국 내 중식당 체인 중에서는 압도적인 1위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트렌드에 맞게 디지털 전환에 투자를 늘리고 모바일 앱을 통한 주문 시스템 강화와 배달 서비스 확대에 주력하고 있습니다.
이 밖에도 2024년부터 친환경 패키지를 도입해 2030년까지 모든 매장에서 100% 재활용 가능한 포장재로 전환한다고 밝히며 지속 가능성에 대한 노력도 보여주고 있습니다.
사실 우리에겐 생소하지만, 중국 요리의 정수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레시피를 바탕으로 효율적인 시스템을 구축해 아메리칸드림의 성공 사례가 된 브랜드라고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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