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적으로 시계만큼이나 스위스를 대표하는 산업이 있습니다. 오늘은 100년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스위스 초콜릿의 아이콘 토블론(TOBLERONE)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1. 브랜드의 시작
1868년 유럽에서 초콜릿이 확산되던 시기 장 토블러(Jean Tobler)는 스위스 베른(Berne)에서 초콜릿 가게를 운영하기 시작합니다.
당시 스위스는 부드러운 초콜릿을 만드는 획기적인 콘칭(conching) 기술을 개발한 루돌프 린트(Rudolphe Lindt)나 최초의 밀크 초콜릿을 개발한 다니엘 피터 (Daniel Peter)로 인해 고급 초콜릿이 대중화되던 시기였습니다.
여기에 더해 알프스의 풍부한 초원은 질 좋은 우유를 생산하기 용이했고, 유럽의 중심이라는 지리적 입지를 통해 초콜릿 유통에 유리한 조건을 갖추고 있었습니다.
장(Jean Tobler)은 좋은 품질의 카카오로 부드러운 식감을 구현하기 위해 노력했고, 자신만의 스타일을 완성하면서 베른(Berne) 지역에서 인지도를 쌓게 됩니다.
1899년부터는 아들인 테오도르 토블러(Theodor Tobler)가 사업을 물려받아 사촌인 에밀 바우만(Emil Baumann)과 회사를 운영하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테오도르와 에밀은 밀크 초콜릿에 특별함을 더해 시장을 공략하기로합니다. 둘은 고심 끝에 초콜릿에 꿀과 아몬드를 섞은 *누가(nougat)를 첨가하기 시작했고 1908년, 지금의 토블론(TOBLERONE)이 탄생하게 됩니다.
*누가(Nougat)는 설탕, 꿀, 견과류를 섞어 만든 과자로, 우리나라의 전통 엿과 비슷한 프랑스식 과자를 말합니다.
(1) Tobler + Torrone
토블론은 창립자 가문의 성 "토블러(Tobler)"와 누가를 뜻 하는 이탈리아어 "토로네(Torrone)"를 결합해 만들어진 이름입니다. 창립가문의 역사와 제품의 핵심 특징을 잘 결합해 독특하고 부드러운 어감의 이름이 완성됩니다.
(2) 로고 디자인
가장 많이 알려진 로고는 마터호른(Matterhorn)의 산봉우리를 형상화한 좌측의 로고입니다.
토블론을 상징적인 형태인 삼각형(Triangle)은 초콜릿 개발 당시 테오드르가 서커스에서 공연 중인 무희들의 형태를 보고 영감을 받았다고 알려져 있는데, 1970년부터는 스위스의 마터호른 산봉우리의 삼각 형태와 연결 지어 브랜딩 합니다.
2000년부터는 브랜드의 고향인 스위스 베른(Berne)의 상징 동물 "곰"을 심벌에 반영해 브랜드의 정체성을 견고하게 만들었고, 꾸준하게 브랜드 전반에 사용되다가 2022년 브랜드 리뉴얼을 통해 심플하고 간결한 워드마크로 변경됩니다.
그런데, 이 단순화된 리뉴얼에는 이유가 있습니다. 브랜드를 보유한 몬델리즈가 수요 증가와 원가 절감을 위해 생산 시설 일부를 슬로바키아로 이전하면서 문제가 발생합니다.
스위스는 "스위스니스(Swissness)" 정책에 따라, 제품에 "스위스산"이라는 표기를 넣으려면 원재료의 80%(유제품의 경우 100%)를 스위스에서 조달하고 생산해야 하는 정책이 있습니다.
하지만 일부 물량이 슬로바키아 생산시설에서 생산된다는 이유로 스위스 정부는 스위스의 상징인 마터호른 이미지 사용을 금지합니다.
이후 토블론에 적용되던 마터호른의 이미지는 일반적인 산의 이미지로 변경해 서브 요소로만 활용하고, 패키지 전면에는 토블론이란 이름만 간결하게 사용하고 있습니다.
2. 브랜드의 성장
출시 초기 평범한 밀크 초콜릿이 대부분이던 시장에서 재미있는 형태와 독특한 맛의 토블론은 큰 인기를 끌었습니다.
특히 꿀과 아몬드가 들어간 누가(Nugat)와 초콜릿의 조합은 전에 없던 새로운 맛으로 소비자를 사로잡았고, 상징적이고 위트 있는 삼각형의 형태는 브랜드의 아이덴티티가 됩니다.
제1차 세계대전 이후 스위스 군인들에게 보급되면서 더욱 유명해졌고, 토블론을 먹으며 고향에 대한 향수를 달래던 군인들이 전쟁 이후 고국으로 돌아가 토블론을 널리 알리면서 매출 성장을 견인합니다.
맛과 관련한 평가는 일반 초콜릿에 비해 누가(Nugat)의 끈적한 식감과 단단함 때문에 호불호가 갈리지만, 대체적으로 밀크 초콜릿이 특히 훌륭하다는 평가가 많아 보입니다.
3. 브랜드의 방향성 및 성장 전략
100년이 넘는 역사를 지나오는 동안 토블론은 스위스라는 국가 이미지와 품질에 대한 자부심을 앞세워 글로벌 브랜드로 성장합니다.
(1) 차별화된 콘셉트
토블론의 가장 큰 강점은 차별화된 콘셉트였습니다. 기존의 사각형 초콜릿과 달리 삼각형 모양은 소비자들에게 시각적 신선함으로 각인되기 유리했고, 경쟁 브랜드와 차별화하는 아이덴티티가 되어 소비자들의 호기심을 자극했습니다.
(2) 스위스 초콜릿의 자부심
역사가 깊은 브랜드가 흔히 그러하듯, 토블론도 최고 품질의 재료를 고집하며 고품질 전략으로 브랜드를 유지합니다. 여기에 더해 스위스 브랜드라는 자부심을 지키기 위해 스위스산 우유와 최상급 코코아를 사용해 전통 제조 방식을 고집하고 있습니다.
4. 브랜드의 확장
토블론은 오리지널 초콜릿의 성공 이후 제품 라인을 확대 출시하고, 면세점 유통 채널을 확보하면서 유럽을 넘어 전 세계 시장으로 사업 영역을 확대합니다.
(1) 제품의 다양화
토블론은 1908년 출시된 오리지널 밀크 초콜릿(Milk Chocolate)에 이어 1960년대에는 다크 초콜릿(Dark Chocolate)과 화이트 초콜릿 (White Chocolate)을 출시하면서 초콜릿의 기본 구성을 완성합니다.
1980년대부터는 더 독특한 맛을 추가한 크런치 솔티드 아몬드 (Crunchy Salted Almond), 스위스 누가 허니 앤 아몬드 (Swiss Nougat, Honey and Almonds)와 사이즈에 변화를 준 토블론 타이니 (Toblerone Tiny), 토블론 미니 (Toblerone Mini), 토블론 원 (Toblerone One)을 선보이며 다양한 소비자의 취향을 공략합니다.
그 밖에도 일부 마트에서 판매되는 토블론 라바 케이크(Toblerone lava cake), 토블론 초콜릿 스프레드 (Toblerone Chocolate Spread), 토블론 아이스크림 (Toblerone Ice Cream)까지 출시하면서 초콜릿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합니다.
(2) 면세점 시장 진출
1970년대 해외여행이 증가하면서 면세점 시장도 급격하게 성장했고, 토블론은 이 시장의 가능성에 주목했습니다.
면세점 내 광고와 프로모션 등 적극적인 마케팅은 브랜드의 인지도를 높였고, 독특한 형태의 스위스 초콜릿이라는 정체성은 부담 없고 특색 있는 선물을 고르는 여행객에게 제격이었습니다.
결국 면세점 진출은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에게 브랜드를 경험시킬 수 있는 발판이 되었고, 세계적인 인지도를 확보하는 중요한 기회가 됩니다.
5. 브랜드의 현재
베른에서 시작된 작은 초콜릿 공방은 이제 스위스를 넘어 세계인이 즐기는 글로벌 브랜드로 성장했습니다.
2023년 기준 토블론의 연간 매출은 약 5억 달러로, 전 세계 프리미엄 초콜릿 시장에서 약 8.5% 점유율 보이고 있습니다.
역사가 긴 만큼, 지배구조의 변화도 다양합니다. 설립 이후 1970년 인터푸드( Interfood SA )가 인수할 때까지 가족 경영 체제로 운영되다가, 1990년에 크래프트 하인즈로 잘 알려진 크래프트 푸드(Kraft Foods)로 편입됩니다.
크래프트 하인즈(Kraft Heinz) - 세계인을 사로잡은 빨간 맛
150년 전에 탄생해 지금은 세계인을 사로잡은 빨간 맛, 토마토케첩의 대명사로 인식되는 글로벌 브랜드, 크래프트 하인즈(Kraft Heinz)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브랜드의 시작케첩 때문에 하인즈(
teo-story.com
2012년에는 크래프트 푸드의 글로벌 스낵사업부가 분할된 몬델리즈 인터내셔널(Mondelez International) 출범하면서 스낵 사업부 소속 브랜드로 운영되었고, 지금은 몬델리즈의 초콜릿 부문 독립 브랜드로 운영 중입니다.
초콜릿 사업부가 독립되면서 생산 라인을 기존 스위스 베른과, 슬로바키아로 이원화하고 일부 물량을 슬로바키아에서 생산하기 시작합니다. 이 변화를 계기로 앞서 말한 스위스니스 정책에 따라 로고도 리뉴얼하게 됩니다.
초콜릿의 모양도 몇 번의 변화를 겪었습니다. 2016년에는 토블론의 시그니처인 산봉우리 모양의 간격을 넓히는 방식으로 용량을 줄였다가 BBC뉴스에서 보도하면서 논란이 되었고, 소비자들의 항의가 거세지자 기존의 간격으로 회복합니다.
몬델리즈는 원재료 가격 상승으로 인한 불가피한 조치였다고 해명했지만, 여전히 토블론과 관련해 회자되고 있는 이슈가 됩니다.
이후 몬델리즈는 원가 절감과 품질 유지 사이에 균형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Toblerone's trim: Is this the thin end of the wedge?
Why you may have to fork out more for less when it comes to chocolate biscuits and ice cream.
www.bbc.com
세계적으로 100년 넘게 사랑받는 브랜드가 있다는 것은 자국민에게 자부심을 안겨줍니다.
그리고 그만큼 국가 차원에서 철저하게 관리하고 정통성을 유지하려는 스위스의 노력도 엿볼 수 있었습니다. 한국에도 이런 브랜드가 많아졌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더 많은 해외 초콜릿 브랜드 이야기 모아 보기
마즈(MARS) - 비밀에 둘러싸인 세계 최대 초콜릿 기업
출출할 때 먹는 초코바를 생각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브랜드가 있죠, 꾸덕꾸덕하고 오독한 식감과 혀가 따끔할 만큼의 달달함으로 갈증을 유발하지만, 자꾸만 먹고 싶어지는 초코바 스니커즈
teo-story.com
페레로 로쉐(FERRERO RPCHER) - 위기를 기회로 바꾼 달콤한 연금술의 비밀
포장부터 맛까지 시각과 미각을 사로잡는 황금빛 초콜릿이 있습니다. 오늘은 이탈리아의 작은 제과점에서 출발해 글로벌 럭셔리 초콜릿의 대명사가 된 페레로 로쉐(FERRERO RPCHER)에 대한 이야기
teo-story.com
메이지(meiji) - 일본 초콜릿의 근본 브랜드
한국에 가나(Ghana) 초콜릿이 있다면, 일본에는 이 초콜릿이 있습니다. 오늘은 100년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일본의 대표적인 종합 식품 브랜드, 메이지(meiji)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브랜드의 시작
teo-story.com
기라델리(GHIRARDELLI) - 골드 러시가 낳은 프리미엄 초콜릿
블루보틀과 함께 미국의 샌프란시스코를 대표하는 브랜드가 있습니다. 오늘은 금광에서 시작된 170년 전통의 프리미엄 초콜릿 기라델리(GHIRARDELLI)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브랜드의 시작골드러시
teo-story.com
엠앤엠즈(M&M's) - 전쟁터에서 태어나 우주까지 날아간 초콜릿
전쟁터에서 태어나 우주까지 날아간 초콜릿이 있습니다. 오늘은 군인들의 필수 간식에서 우주 식량까지 진출한 초콜릿 브랜드 엠앤엠즈(M&M's)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1. 브랜드의 시작 : 전쟁에서
teo-story.com
허쉬(HERSHEY) - 북미 초콜릿 시장의 절대 강자
오늘은 초콜릿으로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한 신념으로 시작해, 125년을 이어온 초콜릿 브랜드 허쉬(HERSHEY)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브랜드의 시작허쉬 초콜릿의 이야기는 미국 펜실베이니아
teo-story.com
'Brand Story' 카테고리의 다른 글
판다 익스프레스(Panda Express) - 수학 전공 CEO가 만든 미국 최대 규모 중식 체인 (1) | 2025.03.03 |
---|---|
리스테린(LISTERINE) - 수술실에서 태어난 구강 케어의 새로운 패러다임 (0) | 2025.02.24 |
스테들러(Staedtler) - 360년을 이어온 독일 필기구의 자부심 (1) | 2025.02.17 |
메이지(meiji) - 일본 초콜릿의 근본 브랜드 (0) | 2025.02.10 |
네슬레(Nestlé) - 당신이 먹는 것의 절반은 우리가 생산합니다. (0) | 2025.02.0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