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처음 접하면 어떻게 읽어야 하나 고민하게 되는 이름과 갈색 유리병 패키지, 그리고 치약을 연상시키는 핸드크림으로 친숙한 호주 스킨케어 브랜드 이솝(Aesop)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브랜드의 시작 - 더 적게, 더 확실하게
이솝(Aesop)은 1987년 호주 멜버른(Melbourne)에서 단 4개의 제품으로 출발했습니다. 초기부터 엄선된 재료로 실용적인 제품을 제공하겠다는 철학으로 제품 연구에 집중하면서 전문성 있는 브랜드 이미지를 만들어 갑니다.
의도한 것인지 모르겠지만 클래식한 의약품을 연상시키는 제품의 패키지 디자인도 전문성을 강조하는 브랜드 방향성과 잘 부합해 보입니다. 여기에 더해 윤리적인 제품 생산을 지향하고, 지속 가능한 사회를 생각하는 철학이 더해지면서 이솝(Aesop)만의 분위기를 만들고 고급스러운 브랜드 이미지가 형성됩니다.
Aesop : 이솝
브랜드의 이름인 이솝(Aesop)은 창립자가 여타 화장품 브랜드의 과장된 광고 행태를 조롱하기 위해 고대 그리스의 이야기꾼이었던 이솝(Aesop)에서 영감을 받아 착안한 네이밍이라고 하는데요, 화려한 포장보다 제품 본질에 더 집중하는 브랜드 철학과도 잘 어울리는 발상이라고 생각됩니다. 개인적으로 어떻게 발음해야 하는지 헷갈리는 네이밍이었는데, 영어권에서도 이솝으로 부르는 사람도 있고 에이솝으로 부르는 사람도 있어 보입니다. 일단 한국 공식 홈페이지에서는 "이솝"으로 표기하고 있습니다.
이솝(Aesop)이 말하는 지속가능성
이솝에게 지속 가능성이란 "겸손을 토대로 건강한 환경과 사회로 변화하는 여행에 목소리를 더하는 과정"이라고 말합니다. 고객과 동료뿐 아니라 지역 사회의 문제와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생각하고, 받은 것보다 더 많이 돌려주는데 의미를 두고 접근합니다. 관련 내용을 살펴보니 구체적인 실천 노력으로는 4가지 정도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1. 윤리적인 제품생산
이솝은 설립 초기부터 동물 실험에 단호하게 반대하는 입장을 유지해 왔습니다. 그래서 어떤 제품에도 동물성 원료를 사용하지 않는 비건 친화 제품을 생산했는데요, PETA와 크루얼티 프리 목록에 포함된 브랜드답게 원료 공급 업체에 대한 지속적인 모니터링도 진행하고 있습니다.
2. 비콥인증 ( Certified B Corporations )
이솝은 비콥(B Corp)인증 기업입니다. 여기서 비콥(B Corp)인증이란 글로벌 비영리 단체인 B Lab이 재무적 성과와 사회적 성과를 균형 있게 추구하는 영리 기업에 부여하는 인증으로, 단순한 이윤 추구뿐만 아니라 지속 가능한 경제 구축에 대한 브랜드의 공개적인 지지를 의미한다고 합니다.
3. 포장 윤리성
이솝은 제품 패키지를 단순한 디자인의 영역이 아닌 브랜드 정신을 이야기하는 수단으로 생각하고, 항상 기능적이고 적당하면서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접근합니다. 패키지 중 일부는 플라스틱으로 제작되지만, 일반적인 인식과 달리 유리 용기보다 플라스틱의 탄소 배출량이 훨씬 적기 때문입니다. 그나마 사용되는 플라스틱은 재활용 자재를 최대한 활용하고, 2025년까지 사용되는 전체 플라스틱의 최소 50%를 재활용 원료로 대체하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합니다.
4. 재단 운영 ( the Aesop Foundation )
이솝은 설립 단계부터 지역 사회에 관심을 두고 지원을 지속하면서 자선 재단도 운영하고 있습니다. 재단을 통해 지역사회 단체들과 연대해 도움이 필요한 곳에 기여하고 있는데요, 2030년까지 4천만 호주달러 기부를 공약하고 실제로 매년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습니다.
브랜드 커뮤니케이션 전략
신규 매장은 그 지역의 구성원으로 녹아들어
가치를 더하는 방식을 지향한다.
별도의 미디어를 통한 대규모 광고를 진행하지 않는 이솝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있다면 제품 개발과 매장 디자인인데요, 기술력과 전문성을 토대로 과도한 광고로 과장된 이미지만 전달하는 방식을 지양하면서, 오프라인 매장을 통해 진심으로 소통하겠다는 전략으로 해석됩니다.
그래서 신규 매장은 그 지역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의 모습까지 고려하면서 지역과 자연스럽게 동화될 수 있도록 신중하게 매장을 오픈합니다.
실제로 매장의 디자인을 주제로 찾아보면 지역의 감성과 문화를 잘 수용하는 방식으로 설계하고, 국가나 지역마다 다양하고 독특한 개성을 갖춘 매장이 분포되어 있습니다. 물론 공통적으로 세련되고 고급스러우면서 미니멀한 무드는 잊지 않는 것 같습니다.
오프라인 매장의 가치 = 구매 < 경험
오프라인 매장에서 판매보다 더 중요한 가치는 공간을 통해 브랜드를 충분히 느끼고, 그 경험(긍정적인)을 소비자에게 각인시키는 커뮤니케이션 매체로서의 역할입니다.
이솝은 뷰티 브랜드인 만큼 매장에서 마주하는 시각적, 후각적 경험처럼 잔상이 남는 감각적 경험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긍정적인 경험을 자연스럽게 이미지로 각인시키기 위해 현지 언어로 브랜드만의 감성을 전달합니다.
그래서 이솝의 모든 오프라인 매장은 지역과 이질적이지 않으면서 세련되고 편안한 분위기 속에서 브랜드가 지향하는 방향성과 이미지를 전달하는 플래그십 스토어로 활용한다고 느껴졌습니다.
여기에 더 해 리모델링이나 폐점 시 발생하는 자재와 가구도 가능한 다른 매장에 재사용하는 방침도 있는데요, 브랜드가 사회와 환경을 대하는 태도 엿볼 수 있는 부분입니다.
흥미로운 사실
- 내부적으로 블랙 몰스킨 노트와 블랙 펜만 사용하는 기준이 있다.
- 직원들 사이에 미니멀한 고급 감옥이라는 애칭도 있다.
- 2023년 프랑스 기반의 글로벌 뷰티 공룡 로레알(L'Oréal)이 약 3조 원에 인수했다. LVMH, 시세이도도 인수전에 참여했지만 결국 로레알( L'Oréal )에 인수되었다. 이전 10년간 브라질 뷰티 기업 나투라(Natura & Co)가 소유했었다.
- 이미지는 100% 천연성분일 것 같지만 아니다. 첨단 기술에 기초한 인공성분과 천연 성분의 조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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