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물오물 의도치 않게 귀엽게 먹게 되는 간식이 있습니다. 오늘은 달콤한 맛과 귀여운 형태로 100년 넘게 사랑받으며 젤리의 대명사로 자리 잡은 브랜드 하리보(HARIBO)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브랜드의 시작
사탕과 제과 공장에서 경력을 쌓은 독일 청년 한스 리글(Johannes Hans Riegel)은 하이넨(Heinen)이라는 제과 공장에 취업해 일을 하다가 비즈니스 파트너가 됩니다.
투자자로 사업의 파트너가 되면서 회사의 이름도 Heinen & Riegel이 되었지만 한스는 자신만의 브랜드로 사업을 하고 싶었습니다. 그렇게 1920년 본(Bonn)의 남쪽에 위치한 케세니히(Kessenich)에 주택을 구입하고 작은 세탁실에서 지금의 하리보(HARIBO)가 탄생하게 됩니다.
하리보(HARIBO) : Ha(ns) + Ri(egel) + Bo(nn)
하리보의 네이밍은 자신의 이름 "HANS"와 성 "RIEGEL", 그리고 고향이자 사업을 시작한 도시 "BONN"을 조합한 단어입니다. 자칫 어렵고 복잡할 수 있는 방식이지만 첫음절만 조합했기 때문에 부르기도 쉽고, 사업의 성격과도 잘 어울리는 어감의 이름이 탄생합니다.
브랜드의 성장
자신만의 브랜드와 생산시설을 갖춘 한스(Hans Riegel)는 1921년 게아토드(Gertud Riegel)와 결혼하면서 본격적으로 사업을 이어갑니다. 사실상 작은 사탕 공방에 가까운 제조시설이었지만 한스는 부지런히 사탕을 만들었고, 게아토드는 판매를 담당했습니다. 그러나 젊은 부부의 정성이 담긴 사탕은 큰 호응을 얻지 못했고, 하리보의 판매 실적은 부진했습니다.
Tanzberen : 춤추는 곰, 탄즈베렌
매출을 늘리기 위해 신제품을 고민하던 1922년, 한스는 당시 유행하던 춤추는 곰(Dancing Bears)의 형태를 떠올렸고, 지금의 골드베렌(Goldberen)의 원형이 되는 곰 모양의 젤리 탄즈베렌(Tanzbaren)을 출시합니다.
사람들에 의해 길들여져 재주를 부리던 곰에서 착안한 형태라는 사실을 생각하면 좀 슬프게 보이기도 하지만, 당시 유럽인들에게 "춤추는 곰"의 이미지는 유쾌하고 익숙한 문화였기 때문에 귀여운 동물 모양의 달콤한 간식으로 인식되어 아이들의 마음을 사로잡습니다.
춤추는 곰 탄즈베렌의 성공으로 사업 기반을 마련한 하리보는 생산 시설을 확장하고 독일 전 지역에 젤리를 공급하면서 직원이 400명 가까이 근무하는 제과 기업으로 성장하게 됩니다.
브랜드의 위기와 새로운 시작
세계적으로 혼란스럽던 1940년대 초반, 원자재 부족과 함께 창립자인 한스가 사망하면서 하리보는 위기를 맞이하게 됩니다. 이후 잠시동안 게아토드가 남편의 부재를 대신해 30명의 직원과 함께 사업의 복원을 시작했고, 이듬해부터는 한스의 아들인 한스 주니어(Hans Riegel Jr.)와 폴(Paul Riegel)이 사업을 이끌게 됩니다.
그리고 1950년, 두 아들과 30명의 직원이 힘을 모아 복원을 시작한 지 5년 만에 하리보는 다시 1000명이 근무하는 제과 기업으로 자리 잡게 됩니다.
브랜드 정체성 확립
1. Goldberen : 황금 곰, 골드베렌의 탄생
사업이 정상화되어 순항 중이던 1960년, 드디어 우리에게 익숙한 골드베렌(Goldberen)이 탄생합니다. 기존의 춤추는 곰 탄즈베렌에 비해 더 작고 귀여운 모습으로 돌아온 곰 모양의 젤리는 어린이는 물론 세대와 성별을 막론하고 사랑받으며 크게 성공했고, 지금의 하리보를 대표하는 시그니쳐 제품으로 자리 잡게 됩니다.
이때 출시된 곰의 형태는 조금씩 수정되면서 점점 더 작고 앙증맞은 모습으로 다듬어졌고, 1975년에 지금의 모습을 갖추게 됩니다.
1989년에는 빨간색 나비넥타이를 맨 곰 캐릭터가 등장해 브랜드 전반에 활용되기 시작했는데요, 제품 구성도 초기 출시된 5가지 맛의 오리지널 제품 이후 다양한 형태와 화려한 색의 젤리로 확대됩니다. 참고로 연간 생산되는 이 작은 골드베렌을 일렬로 세우면 지구를 10바퀴 돌 수 있을 정도라고 하니 엄청난 판매량입니다.
2. 단순한 메시지와 공격적인 마케팅
하리보는 두 아들이 사업을 물려받으면서 1930년대에 사용하던 "하리보가 아이들을 행복하게 만듭니다.(Haribo macht kinder froh)라는 슬로건에 "그리고 어른들도요(und Erwachsene ebenso)"라는 문장을 더해 TV 광고를 시작합니다.
이 슬로건은 지금까지도 독일에서 가장 잘 알려진 광고 슬로건으로 평가받고 있는데요, TV 보급이 확산되던 시기에 매체를 적극적으로 활용한 전략은 하리보를 세계적인 브랜드로 만들어주는 계기가 됩니다. 지금도 하리보의 광고는 진지하거나 심각해 보이는 상황에 있는 어른들에게 귀여운 아이 목소리를 더빙해 유쾌한 광고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사업의 확장
골드베렌의 성공과 함께 하리보는 세계로 진출하기 시작합니다. 프랑스, 영국, 스웨덴등 유럽 내 사탕공장을 인수하면서 생산기반을 마련했고, 1982년에는 미국까지 진출해 사업을 확장합니다. 1986년에는 독일에서 과일향 사탕으로 잘 알려진 제과 기업 에드문트 뮌스터(Edmund Munster Gmbh)를 인수해 마오암(MAOAM) 브랜드를 확보합니다.
브랜드의 현재
몇 해 전 100주년을 맞이한 하리보(HARIBO)는 창립자 한스(Hans Riegel)의 두 아들 한스 주니어(Hans Riegel Jr.)와 폴(Paul Riegel)이 설립한 두 개의 지주회사가 각각 절반의 지분을 보유한 상태로 3대 후손들에 의해 운영되고 있습니다.
시그니쳐인 골드베렌(Goldberen) 젤리는 10개국에서 생산되어 전 세계 120개국에서 판매되고 있고, 하리보는 직원만 7000명에 이르는 글로벌 식품 기업으로 성장했습니다. 미국과 한국에서는 젤리 시장 판매율 1위를 유지하고 있는데요, 말랑말랑 귀여운 곰돌이 젤리는 이제 100살이 넘었지만 여전히 귀여운 모습으로 사랑받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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