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의 발전은 혁신을 만들고 인류의 생활과 문화에까지 영향을 미치는데요, 오늘은 117년 전 최초의 상업용 세탁세제로 세탁문화의 혁신을 일으킨 브랜드 퍼실(Persil)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브랜드의 시작
1800년대 후반 독일은 산업혁명으로 인해 다양한 변화가 일어나고 있었습니다. 이때 세탁세제의 등장과 함께 세탁 방식도 혁신을 맞이하는데요, 세탁기가 보편화되기 전까지 세탁은 매우 번거롭고 힘든 작업이었기 때문에 세제의 등장은 주부들에게 신세계를 선사합니다. 그런데 당시의 세제는 단순히 비누를 분쇄해서 가루로 만든 수준의 세제였습니다. 분쇄된 제형이 물에 더 잘 녹는 효과는 있었지만, 지금의 세제처럼 표백 기능은 없었기 때문에 물리적으로 때리고 문지르는 작업은 피할 수 없었습니다. 이 부분에 주목한 헨켈(Henkel & Cie)은 1907년, 기존의 세제 성분인 규산염(Silicate)에 표백성분인 과붕산나트륨(Sodium Perborate)을 첨가해 최초의 상업용 세탁세제 퍼실(Persil)을 출시합니다.
Persil : Perborate + Silicate
퍼실의 네이밍은 주요 성분인 Sodium Perborate와 Silicate를 조합한 이름입니다. 출시 초기에는 일부 국가에서 발음하기 애매하다는 이유로 반대의견도 많았지만, 결과적으로 100년 넘게 세제의 대명사로 자리 잡은 이름이 되었습니다. 참고로 "Persil"은 영어로 읽으면 "퍼실"로 읽혀 세제로 통용되지만, 프랑스에서는 "빼흐시"로 읽어 허브의 일종인 파슬리(Parsley)를 의미하는 단어가 되는데요, 이 때문에 기존에 프랑스에서 출시된 비누 브랜드 "Le Persil"과 한때 상표권 관련해 분쟁을 겪기도 합니다.
브랜드의 성장과 차별화 전략
작은 거품을 형성해 세척하는 산소 표백 방식은 획기적인 방식으로 세탁 혁명을 일으킵니다. 주부들은 더 이상 빨래가 괴롭지 않다고 생각했고, 퍼실(Persil)은 혁신적인 제품으로 평가받으며 빠르게 성장합니다. 이에 발맞춰 산소표백의 효과를 보여주는 실험을 광고로 만들어 홍보하면서 브랜드의 신뢰도와 인지도를 확보합니다.
1. 캐릭터를 활용한 브랜드 이미지 구축
퍼실은 1925년부터 브랜드를 대표하는 상징적인 캐릭터 "The White Lady"를 활용하기 시작합니다. 경쾌하고 우아한 여인을 주제로 제작된 이 캐릭터는 깨끗하고 깔끔한 하얀색 의상을 강조하면서 손에는 퍼실 제품을 들고 있는데요, 1960년대까지 브랜드 전반에 활용되면서 퍼실의 이미지를 대표하는 캐릭터가 됩니다. 지금도 상징적인 존재로 남아 독일의 몇몇 장소에는 광고물이 남아있을 정도로 브랜드의 역사적 자산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1980년대부터는 독일의 유명인과 배우를 기용해 광고를 진행하면서 적극적으로 브랜드를 알리는데요, 국내에도 2009년부터 한 배우가 10년 넘게 꾸준히 브랜드 모델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2. 지속적인 기술혁신
출시 초기부터 혁신적인 기술로 주목받은 브랜드답게 퍼실은 지속적인 연구와 개발을 통해 꾸준히 신제품을 출시합니다. 출시당시 분말 형태였던 제형은 액체형으로 진화했고, 액체에서 나아가 캡슐 형태로 점점 편의성을 더해가며 새로운 제품을 선보입니다. 최근에는 환경 친화적 제품으로 85% 이상의 천연성분으로 구성된 퍼실 그린(Persil Green) 제품처럼 기능적 개선과 안전성 측면에서도 개선을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엿볼 수 있습니다. 현재 헨켈(Henkel)은 전 세계 기준 17개의 R&D 센터에서 세탁세제뿐만 아니라 헤어나 스킨케어 제품까지 다양한 분야의 연구를 지속하고 있습니다.
3. 소비자와 소통하는 브랜드
퍼실의 소비자와 소통하며 친밀감을 높이는 전략을 활용합니다. 예를 들면 세탁물의 종류에 따라 올바른 세탁 방법과 세제 사용법을 교육하는 캠페인은 소비자에게 유익한 정보를 전달하면서 자연스럽게 친밀감을 확보하고, 제품의 기술력과 신뢰도를 입증하면서 긍정적인 이미지를 형성합니다.
브랜드의 확장
독일에서 세탁문화의 혁명을 일으킨 퍼실은 1920년대부터 독일을 넘어 유럽으로 시장을 확대합니다. 유럽에서도 산소표백 방식의 신개념 세제는 사람들의 인기를 끌면서 성공적으로 안착합니다. 이 시기에 어느 정도 글로벌 시장을 확보한 후에도 퍼실은 성공에 안주하지 않고 새로운 혁신을 끊임없이 시도하는데요, 그렇게 1956년에는 형광증백제를 첨가해 다시 한번 세탁 기술의 혁신을 주도하면서 지속적인 성장을 이어갑니다. 1970년대에는 독일 세탁세제 시장의 60%를 차지할 정도로 독일의 국민적인 세제 브랜드로 자리 잡았고, 지금도 헨켈(Henkel) 매출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미국 시장에 진출할 당시에는 현지화 전략을 통해 소비자의 세탁 습관과 선호도에 맞춘 제품 구성으로 빠르게 인지도를 높였고, 2023년 기준 미국 내 시장 점유율은 약 8% 정도로 4위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참고로 미국 내 세제 브랜드 1위는 점유율 약 40%를 차지하고 있는 타이드(Tide)*입니다.
*타이드(Tide) - 과학자의 끈기가 낳은 세탁의 기적
브랜드의 현재
세탁 세제의 혁신을 일으키며 시작한 퍼실(Persil)은 이제 세계적인 세탁세제 브랜드로 자리 잡았는데요, 2023년 글로벌 기준 약 5억 개를 판매했고, 미국 기준으로는 경쟁 브랜드인 타이드(Tide)*와 함께 세탁세제의 양대산맥으로 인식되고 있습니다. 한국 홈페이지를 보면 국내에서는 10년 연속으로 점유율 1위를 유지고 있다고 하는데요, 한국 진출 초기부터 전면에 내세운 독일 프리미엄 세탁세제의 이미지와 이미 선점한 점유율이 작용하는 듯 보입니다.
브랜드를 보유한 헨켈(Henkel)은 생활용품, 건축용 자재, 산업용 포장재나 접착제까지 생산하는 140년이 넘은 기업인데요, 컨슈머 브랜드 카테고리에 퍼실 외에도 브레프(Bref)나 프릴(Pril)처럼 세정용 제품과, 접착제 록타이트(LOCTITE), 그리고 홈키파나 홈매트 같은 살충제와 헤어 및 화장품까지 다양한 포트폴리오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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