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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and Story

벤앤제리스(Ben & Jerry's) - 착한 기업의 상징, 미국 1위 프리미엄 아이스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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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n and jerry's brand logo

 
 
 
 
한국인에게 빙그레의 투게더가 있다면, 미국에도 세대를 걸쳐 유독 사랑받은 아이스크림 브랜드가 있습니다. 오늘은 주요소에서 시작해 미국 내 프리미엄 아이스크림 브랜드 파워 1위에 자리 잡은 벤앤제리스(Ben & Jerry's)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브랜드의 시작

Ben Cohen with Jerry Green Field image
출처 : 벤앤제리스 공식 홈페이지

뉴욕에서 나고 자란 중학교 단짝 친구 벤 코헨(Ben Cohen)과 제리 그린필드(Jerry Greenfield)는 펜실베이니아 대학에서 진행하는 아이스크림 제조 수업을 듣고 창업을 다짐합니다. 곧바로 사업을 실행하기 위해 투자자를 찾기 시작했고, 1978년 대출과 함께 12,000달러를 마련한 27살의 두 청년은 대학교와 인접해 히피문화의 메카였던 버몬트주 벌링턴(Burlington, Vt.) 시내의 주유소를 개조해 아이스크림 가게를 오픈합니다. 
 


프리콘데이(Free Cone Day)

Ben&Jerry's scoop shop image, 1979
출처 : 벤앤제리스 공식 홈페이지

아이스크림 사업이 처음이었던 벤(Ben Cohen)과 제리(Jerry Greenfield)의 가게는 서툴고 부족한 게 많았지만, 1979년 1주년을 맞이합니다. 그리고 이날을 기념하기 위해 하루 종일 공짜로 한스쿱을 제공하는 "Free Cone Day" 캠페인을 진행합니다. 1년 동안 문을 닫지 않고 가게를 유지할 수 있게 도와준 지역 고객들에게 감사하는 취지로 시작한 이 행사는 브랜드의 문화로 자리 잡았고, 코로나 시기를 제외하고 지금까지 매년 행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브랜드의 성장

창업 초기 벤앤제리스는 버몬트 지역 30여 개의 식당에 아이스크림을 납품하고 있었는데요, 공동체 의식이 바탕이 되어 지역 주민들에게 입소문을 타기 시작합니다. 1980년부터는 본격적으로 근처 공장을 임대하고 파인트(Pint) 단위로 포장해 마트에 납품하면서 사업에 가속도가 붙기 시작했고, 이듬해엔 2호 점도 개장하게 됩니다.

그리고 1985년 우연한 기회에 "세계 최고의 아이스크림"이라는 호평과 함께 타임스(Times)에 소개되면서 사업은 빠르게 성장합니다. 이때를 기점으로 아이스크림 대기업인 드라이어스(Dryer's)와 손잡고 동부를 넘어 미국 서부지역까지 유통망을 확보하게 되는데요, 1987년에는 41개의 단일 매장을 운영하면서 미국 전역에서 판매되는 프리미엄 아이스크림으로 자리 잡게 됩니다. 

 
도우보이(Doughboy) 에피소드

Ben's protesting to Pillsbury
출처 : 벤앤제리스 공식 홈페이지

사업이 한참 성장세를 보이던 1988년, 벤앤제리스가 정의의 상징이 되는 사건을 맞이하게 됩니다. 당시 프리미엄 아이스크림 시장은 하겐다즈(Häagen-Dazs)가 장악하고 있었습니다. 매년 1억 5,000만 달러 이상 매출을 기록하며 점유율 1위를 유지하고 있었지만, 벤앤제리스가 지역 상권을 넘어 소매점을 통해 빠르게 성장하자 견제하기 시작합니다. 마트에서는 아이스크림에 할당된 공간이 한정적인 상황이었고, 브랜드 간 자리싸움이 불가피한 구조였습니다. 이때 하겐다즈는 소매점을 압박해 벤앤제리스의 제품이 진열되는 것을 방해하기 시작합니다. 이 사실을 알게 된 벤과 제리는 굴복하지 않고 대기업을 상대로 싸움을 시작합니다. 이상주의적 성향의 두 남자는 공정거래를 방해하는 명백한 불법행위에 대항해 자신들이 할 수 있는 방식으로 반격을 시작합니다. 벤과 제리는 당시 하겐다즈를 소유하고 있던 필즈버리(Pillsbury's)의 마스코트 도우보이(Doughboy)를 활용합니다. 기업의 상징 캐릭터를 활용해 "What's the Doughboy afraid of?"(찐빵맨은 대체 뭐가 두려운 걸까?)라는 슬로건을 만들어 배포하면서 사람들에게 자신들의 상황을 알리기 시작합니다. 대기업을 두려워하지 않고 맞서는 작은 브랜드의 이야기를 포착한 언론은 즉각적으로 기사화하기 시작했고, 소비자들의 항의와 함께 기업 전반에 사용되는 상징 캐릭터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확산되자 필즈버리는 후퇴하게 됩니다. 결국 소송까지 이어질 뻔한 이 사건은 합의로 마무리되었고, 진실이 거대 자본주의를 이길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 벤과 제리는 올해의 중소기업가로 선정되어 당시 레이건 대통령(Ronald Reagan)의 표창까지 받게 됩니다.

 

*참고로 155년 역사의 필즈버리(Pillsbury)는 2001년 다국적 식품기업 제너럴 밀즈(General Mills)에 인수됩니다. 
 
 
 

브랜드 철학과 경영방침

특정 제품이 주목받는 데는 품질이나 마케팅이 크게 작용하지만, 오래도록 사랑받는 브랜드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기업이 지향하는 경영방침과 철학이 중요한 요소로 작용합니다. 여타 프리미엄 브랜드가 보여주는 운영방식과 마찬가지로 벤앤제리스도 우수한 품질의 제품을 윤리적으로 생산하고 공급하기 위해 노력합니다. 기업의 이윤만 추구하는 게 아니라, 생산과 유통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영향에 대한 기업의 책임을 인지하고, 사회와 환경문제에 적극적으로 앞장서는 기업의 모습을 보여주면서 긍정적인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해 갑니다. 여기서 적극적이라고 표현하는 이유는 그저 홍보용 문서나 기업 소개에만 그친 게 아니라, 옳다고 생각하는 이념과 방식을 실천하고 행동으로 드러냈기 때문입니다.
 
1. 품질에 대한 신념
품질에 대한 고집은 아이스크림의 주원료인 우유부터 출발합니다. 벤앤제리스 제품에 사용되는 모든 우유는 인위적인 성장촉진제를 사용하지 않은, 인증된 목장에서만 납품받고 있습니다. 아이스크림에 사용되는 달걀도 인도적으로 방목해서 키운 닭에서 생산된 달걀만 사용합니다. 여기에 더해 유전자 변형 식품의 의무 표기를 공개적으로 지지하면서 2013년부터는 아이스크림의 전 성분에 NON-GMO 원료를 사용하기 위해 노력합니다.
 
2. 지속이 가능한 경영 시스템
벤앤제리스는 기업도 사회의 구성원으로 생각하고 함께 지속 가능한 경제 구축을 지향하고 있는데요, 이전에 살펴본 몇몇 사회적 브랜드와 마찬가지로 비콥(B Corp)*인증을 받은 기업입니다. 생산 과정에서 환경에 해가 되지 않기 위해 풍력 발전과 바이오 연료를 지원하고, 지구온난화 방지를 위한 캠페인에 동참합니다. 이 밖에도 거래처 선택에 있어 지역의 소규모 농장을 지원하고, 기금 마련을 위한 캠페인도 꾸준히 참여하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1985년부터는 재단을 설립해 매년 수익의 일정 부분(7.5%)을 지역과 사회 발전을 위해 사용하고 있습니다. 
 

*기업의 재무적 성과와 사회적 성과를 균형 있게 추구하는 영리 기업에 대한 인증


3. 더 나은 세상을 위한 기업의 책임
벤앤제리스는 인권향상과 사회 정의 실현에 목소리를 높이고, 궁극적으로 더 나은 세상 만들기에 앞장서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사업에서 단순 이윤추구보다 더 큰 가치가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그에 맞는 기업의 책임을 실천하고 있는 브랜드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개인의 자유와 인권을 의미하는 "Empowerment"의 단어를 차용해 "Empower Mint"라는 이름의 아이스크림을 출시하고, 1996년부터 아이스크림 제조업체 최초로 공정무역 인증을 받은 원재료를 사용해 제품을 생산하기 시작합니다. 모두 아시겠지만, 공정무역은 불공정한 무역관행 없이 강대국과 개발도상국이 서로 대등한 위치에서 공정하게 거래하는 방식을 말하는데요, 벤앤제리스는 개발도상국도 정당한 대가를 받아야 성장 기반을 마련해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는 생각을 지지하고 적극적으로 동참하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브랜드의 전환

20년간 빠르게 성장한 벤앤제리스는 2000년 영국 기반의 국제적 기업 유니레버(Unilever)에 매각되는데요, 당시 벤과 제리는 매각 금액보다 자신들이 지켜온 기업의 철학과 경영 방침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합니다. 무엇보다도 재단을 통해 수익의 일정 부분을 환원하는 방침을 두고 협상에 난항을 겪었지만, 끝까지 자신들의 신념을 지켰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결국 대기업과의 협상에서 자신들의 신념을 지키고, 사용되는 원재료의 기준과 사회 환원 정책까지 그대로 유지하는 조건으로 유니레버의 자회사가 됩니다. 
 


 

브랜드의 현재

음식을 좋아하던 두 친구가 시작한 작은 마을의 아이스크림 가게는 40년이 지나 미국인이 사랑하는 1등 아이스크림 브랜드로 자리 잡았고, 세계 곳곳에서 판매되고 있습니다. 미국 기준으로 아이스크림 브랜드 선호도 1위에 위치하면서, 창업 초기 성장을 견제하던 하겐다즈를 한참 앞선 상태입니다. 
 
창립 초기부터 윤리 의식을 바탕으로 ESG 경영을 실천해 온 기업의 노력은 브랜드의 이미지가 되었고, 전 세대에 걸쳐 구축된 평판은 충성도로 이어져 소비자의 마음속에 깊이 자리 잡았습니다. 최근 유니레버가 사업 개편의 일환으로 아이스크림 사업부의 인원 감축과 함께 사업을 분리한다고 밝혔는데요, 독립 상장되거나 매각 가능성에 대한 이야기도 나오고 있습니다. 어떤 방식으로 전환되더라도 창립 초기부터 보여준 모습을 보면 자신들의 신념과 경영 철학은 유지할 것 같은 브랜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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