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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and Story

유에스엠(USM) - 모듈형 가구의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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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SM brand logo

 
 
 
 
외형은 단순한데 유독 오래도록 사랑받는 클래식한 디자인이 있습니다. 오늘은 우리나라 모듈 가구 유행의 시초를 열었다고 할 수 있는 스위스 가구 브랜드 USM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브랜드의 시작

1885년 금속공예 장인이었던 오울히쉬 슈에하(Ulrich Schärer)는 아내 로잘리 슈에하(Rosalie Schärer)와 스위스 베른에 인접한 작은 마을 뮌징엔(Münsingen)에서 공예 작업장을 겸한 철물점을 시작합니다.

그렇게 시작된 작은 가게는 대를 이어 변화에 적응하며 USM이라는 가구 전문 브랜드가 되었고, 스위스 모듈 가구의 대표 브랜드로 자리 잡았습니다. 

USM : Ulrich Schärer and Münsingen
처음 USM을 접하고 어떤 단어의 약자일까 궁금해하며 "United? Systemic? Modular? "같은 걸 상상했는데, 의외로 창립자가 자신의 이름"Ulrich Schärer"와 태어난 마을 "Münsingen"의 이니셜을 조합한 단순한 네이밍입니다. 우리나라로 치면 ㅇㅇ마을 철수상회 같은 느낌입니다. 
 
 

사업의 성장

작은 철물상회였던 USM은 꾸준히 사업을 유지했고 1920년, 창립자의 세 아들인 로버트, 폴, 한스(Robert, Paul, Hans Schärer)가 사업에 참여하면서 변화를 맞이합니다.

세 아들은 창문 잠금장치의 일종인 에스파뇰렛(Espagnolette)이라는 부속품을 생산하면서 사업을 성장시켰고, 공장을 건립하고 본격적으로 사업을 물려받게 됩니다. 이후 장식용 경첩이나 건설용 판금 가공 제품에 중점을 두고 사업을 이끌어 갑니다. 

 

가구 전문 브랜드로의 전환

1960년대에 진입하면서 USM은 전환점을 맞이합니다. 폴 슈에하(Paul Schärer)의 아들 폴 슈에하 주니어(Paul Schärer jr)가 사업에 참여하기 시작한 시점이었습니다. 폴은 할아버지가 세운 USM의 장점을 살리고, 산업 사회로 변화하는 세상에 적응하기 위해 변화가 필요하다고 판단합니다.

USM buchli house
출처 : USM 공식 홈페이지

평소에도 현대적인 산업 건축에 관심이 많았던 폴은 1963년 건축가 프리츠 할러(Fritz Haller)에게 의뢰해 회사 부지에 오피스 건물과 파빌리온을 지었고, 공장은 확장이 가능한 철골 구조로 재건축하면서 디자인 중심의 회사로 변화를 시작합니다.

뒤이어 자신들의 개인 주택도 의뢰하면서 인연을 이어가는데요, 당시의 건축물들은 여전히 잘 보전되어 일부는 방문객에게 개방하고 있습니다. 

할러 시스템(USM Haller System)의 탄생

1960's USM Haller Office furniture design
출처 : USM 공식 홈페이지

건축 프로젝트를 통해 맺은 인연으로 USM 브랜드 역사에 큰 영향을 미친 협업을 시작합니다. 폴은 3대에 걸쳐 이어온 기업이 산업의 변화에 적응할 수 있도록 유연한 가구를 구상했고, 이걸 구체화해서 실현해 준 사람이 프리츠(Fritz Haller)였습니다.

공대를 나온 사업가와 실험적 건축가는 가구도 건축처럼 모듈성에 기반해 재구성할 수 있는 설계 방식을 연구했고, 두 사람의 협업으로 USM Haller  System이 탄생하게 됩니다. 이때 개발한 USM 가구의 상징적인 볼 조인트(Ball Joint) 기술은 1965년 특허를 취득하게 됩니다.

이렇게 탄생한 할러 시스템(USM Haller Sytem)은 브랜드를 대표하며 가장 인기 있는 디자인이 되었고, 2001년에는 뉴욕 현대미술관(MoMA)의 영구 컬렉션에 포함되었습니다. 

 
프리츠 할러(Fritz Haller)
프리츠는 20세기 후반 스위스의 가장 영향력 있는 건축가중 한 명으로, 주로 주거용 건축물과 대규모 산업용 공장등의 프로젝트로 유명해졌습니다.

건축을 시작한 초기부터 기하학적 모델이나 모듈식 빌딩 블록에 대한 실험적인 프로젝트를 보여주던 성향은 지금 USM디자인의 핵심 모델인 "USM Haller"에도 잘 드러납니다.

프리츠와 USM의 협업은 가구뿐 아니니라 MINI나 MAXI 같은 모듈형 건축 시스템에서도 빛을 발하며 디자인 역사에 오래 남을 프로젝트를 진행합니다.


브랜드의 핵심 가치와 철학

USM은 세대를 걸쳐 이어온 가구 전문 기업답게 브랜드만의 가치와 전문성을 보여주고 있는데요, 품질과 더불어 환경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매력적이 부분으로 작용합니다.   

USM furniture value cycle
출처 : USM 공식 홈페이지

1. 품질에 대한 신뢰
USM의 중요한 가치 중 하나로 품질에 대한 신뢰를 말하는데요, 기업 스스로 스위스에서 제조했다는 자부심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실제로 문 경첩 하나에 40,000번씩 여닫는 테스트를 진행하며 소음과 안정성 테스트를 진행하고, 제조는 첨단 로봇과 숙련된 장인이 정밀성을 검수합니다. 가장 기본이 되는 품질에 가장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여, 기본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2. 형태는 기능을 따라간다 : 디자인 유연성
USM을 대표하는 가장 확실한 가치는 가변성에 있습니다. 세상에 변하지 않는 것은 없다, 그러므로 어떤 변화에도 적응할 수 있어야 한다는 철학을 바탕으로 완성된 브랜드이기 때문입니다. 가구와 그 가구를 사용하는 사람의 관계를 생각하고, 사용자가 쉽게 재구성할 수 있는 표준화된 시스템을 가장 잘 완성한 브랜드라고 할 수 있습니다. 
 
3. 관계를 생각하는 지속 가능성
USM은 대부분의 기업이 고민하는 지속 가능성에 대한 문제를 핵심 가치 중 하나로 언급하고 있습니다. 제품을 생산하는 데 있어 발생하는 환경 영향력에 대한 고민과, 앞서 언급한 가변성에 대한 철학도 같은 맥락에서 해석할 수 있습니다.

2007년에는 유럽 최초로 세계 안전 규격기관의 그린가드(Greenguard) 표준 인증을 받았고, 제품에 사용되는 화학 물질로 인한 오염 영향을 줄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더불어 빠르게 소비하고 교체하는 방식보다, 변화에 적응하면서 오래도록 사용할 수 있는 가구를 만들자는 사업 철학도 브랜드가 추구하는 지속 가능성에 대한 가치를 잘 드러내고 있습니다. 

 

브랜드의 현재 

USM은 작은 철물점으로 시작한 1885년부터 4대째 가족 기업으로 사업을 운영하고 있는데요, 현재는 창업자의 4대 후손인 알렉산더(Alexander Schärer)가 이사회 의장 겸 CEO로 회사를 이끌고 있습니다.

2000년대 들어서면서 미국, 일본, 런던 등의 지역에 지사를 설립하면서 사업을 확장했고, 여전히 스위스 본사에서 제작해 30개국 이상에 유통하고 있습니다.

전체 매출의 60%는 유럽에서 나오고 있는데요, 최근에는 국내에서도 현대적인 디자인의 클래식 가구로 많이 알려지면서 자주 소개되고 있습니다.

지금의 유행이 언제까지 지속될지는 모르지만, 시간이 지나도 한결같은 방식으로 정체성을 유지하며 자리를 지킬 것 같은 브랜드입니다.